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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won 2013. 4. 1. 18:57

2013-03-28 오후 1:44:58 입력 뉴스 > 파워인터뷰

<파워인터뷰-목원 허 휘 화백>
“낙동강하구도 제대로 한번 그려봐야죠”
내후년 ‘부산 200경 고희전’ 개최할 계획


“그 동안 ‘부산’을 참 많이 그렸습니다. 그런데 ‘사하’는 그리 많이 그리지는 못했네요. 낙동강하구와 을숙도 철새, 다대포 일몰, 승학산 억새밭, 그리고 최근에 그려본 감천문화마을도 흥미롭고…. 이제 사하를 제대로 한 번 그려내고 싶습니다.”

 

‘부산 100경의 화가’로 불리는 중견화가 목원 허 휘 화백(68)이 중구 생활을 마감하고 사하구 당리동에 ‘목원화실’을 마련해 요즈음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사)환경미술협회 부산지회 주최 ‘제9회 정기전-환경을 말하다’에는 감천문화마을을 화폭에 담아 내놓았다.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목원 허 휘 화백.

 

허 화백은 화단에서는 여러 모로 주목받고 있는 화가다. 무엇보다도 20년 가까이 부산의 풍광과 정서, 문화를 그려내 ‘부산 100경의 화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미 술평론가 강신학은 그의 그림을 일러 “발품으로 얻어낸 百景”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 부산항에서부터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피프(PIFF)광장의 야경, 금정산, 범어사 대웅전, 동래학춤, 오륙도 일출, 송도해수욕장, 을숙도, 다대포해변 등등 그가 그려낸 ‘부산’은 한꺼번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의 그림은 우선 낯익은 풍경에는 오는 친근함과 정서적 동질감이 주는 편안함, 거기에 작품마다 정담을 속삭이는 듯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은근히 즐거운 호기심을 안겨준다.

 


'부산 100경' 앞에서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 허 휘 화백. 사진 위 족자 그림은 을숙도 풍경이다.

 

“그동안 그린 ‘부산’이 족히 250경은 될 것 같네요. 그래도 아직 못 그린 곳이 많습니다.”

 

그가 이렇게 ‘부산’에 천착하게 된 것은 “부산은 나의 그림의 고향으로 특별한 애정을 가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나고 자란 그가 부산에 정착한 지는 올해로 35년 남짓. 40년 화력(畵歷)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다.

 

감천문화마을.
그 러던 중 쉰을 코 앞에 둔 1992년 무렵 3년 여간 중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그림으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전시회를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이 그린 남의 나라 풍경을 마치 우리의 것인 양 받아들이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리지널한 우리의 산하와 정서를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꼈단다.

 

게 다가 광활한 대륙 절반을 떠돌다 돌아와 보니 비로소 그동안 보이지 않던 내 나라, 그 중에서도 그동안 뿌리 내리고 살아온 부산의 진면목이 하나둘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금정산, 백양산, 구덕산, 승학산을 등뼈로 하고 그 산자락에 붙거나 앉은 부산의 경치들을 다시 그려야겠다는 뜻을 세우고”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산’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2003년 부산시청에서 가진 ‘釜山頌, 大陸의 精華 그리고 화가의 釜山 25년’이라는 부제로 열린 ‘목원 허휘展’은 수년 간 부산 곳곳을 누비고 다닌 결과물이며 그를 ‘부산 100경의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출발점이다.

 

이후 그는 ‘부산 100경’을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리고 싶어 중구를 시작으로 부산지역 13개 구을 돌며 순회전을 벌였다. 사하구에서는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부산 100경’은 또 엽서로도 제작돼 누리마루, 벡스코, 호텔, 공항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 가 화단에서 주목 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른 바 ‘목원풍’으로 불리는 그의 독특한 화법(畵法). 그의 그림은 수묵화라는 뼈대에 채색의 옷을 입히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어찌 보면 수채화 느낌도 나는 것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혼재한 듯 독특함으로 그만의 화법, 화풍을 보여준다.

 

국제시장 風情.

40계단.

 

몰운대 저녁노을.

 

동래학춤.

 

“기존의 화법에 구애 받지 않았습니다. 화법이라는 것은 그림 이전에는 없는, 그림 이후에 생긴 것입니다. 평론가들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독특한 화법은 그의 이력에서 기인한다. 그는 교편을 잡다가 서른 무렵에 한국화에 입문해 순전히 독학으로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한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엄격한 스승 밑에서 중국 등 전대의 명작을 따라 그리는 방작(倣作)을 통해 전통의 기법과 양식, 정신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던 당시 그는 산 속으로 들어가 홀로 고민하고 연구하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그 가 지금의 화법을 생각하게 된 것은 당시 우리 그림의 원류에 대해 고민하던 중 떠오른 신라의 화승 솔거의 일화 때문이다. 솔거가 화룡사 벽에 ‘노송도(老松圖)를 그렸는데 새들이 이를 보고 진짜 소나무인 줄 알고 앉으려다 부딪혀 죽었다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아마도 ‘노송도’는 극사실에 가까운 그림이었을 것이고, 또 채색화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을 찾아 수묵채색화를 그리게 된 것이지요.”

 

“어떤 사람은 내게 ‘선생이 없다.’고 지적하듯 말하는데, 내게 선생이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과 같은 내 그림은 못 그렸을 것입니다. 붓이 그쪽으로 굳어져서 따라갔겠지요. 제 갈 길로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는 내후년에 ‘부산 200경’을 보여주는 고희전(古稀展)을 계획하고 있다. 요즈음 그 준비를 하나씩 준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때쯤 자연스럽게 ‘부산 100경’이 아닌, 새로운 화두를 꺼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 100경’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그림은 아마도 향후 2년간 사하에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젊은 시절부터 여기저기 부유(浮遊)하듯 많이 떠돌았습니다. 이제 사하에 뿌리를 내리고, 그리고 싶은 그림 마음껏 그리렵니다.”

 

한편 허 화백은 목원화실을 오픈한 기념으로 오는 4월5일까지 당리동 푸르지오아파트 맞은편 수정빌딩 4층에 있는 화실에서 ‘부산 100경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의 작업 공간인 만큼 부산 100경’ 뿐 아니라 그간의 그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화교실도 운영한다. 관련 문의는 244-4148.

 

◇ 간단 프로필

 

- 개인전 57회 개최

- 부산100경순회전(13개구청)

- 일본 후쿠오카시미술관 부산100경초대전(2008)

- 대만문화대학, 국립대만예술관 초청전(1990)

- 중화문물교류학회 초청 스케치전(1993)

- 한국미술공모대상전 우수상(1987)

- 전국서화백일장 대상(1988)

- 전국예술문화상(1988)

- 한국현대정예작가전 초대작가상(1985)

- 국제현대미술창작전(일본) 초대작가상(1989)

-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역임(2011)

- 국제현대창작미술가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 아주5개국정예화가단 대표

성숙희 기자(prepine@korea.com)